아동학대를 의심한 학부모가 초등학교 자녀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교실에서 교사의 발언을 녹취했다면 이를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학부모가 몰래 녹취한 파일을 증거로 아동학대 혐의 유죄를 받은 초등학교 교사가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은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이를 몰래 녹취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돼, 증거로 쓸 수 없다" 고 판단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하는 게 금지돼 있고, 그 녹음을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앞서 A씨는 2018년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하던 중 전한 온 학생에게 '학교 안다니다 온 애 같다'는 등의 말로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를 받았다.
A씨의 이 같은 발언은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아이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두면서 확인됐고, 학부모는 이를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했다.
앞서 1심에서는 A씨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심 역시 "다른 방어 수단이 없다"며 녹음파일을 증거로 인정하고 벌금 5백만 원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결론을 뒤집었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에 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한 것으로 A씨의 유무죄에 대한 판단은 아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