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민주당의 참패로 끝난 중간선거와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공화당에 초당적 협력을 촉구한 반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한 공화당 지도부는 오바마 정부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 방침을 밝혀 여야간 첨예한 갈등을 예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참패(shellacking)한 이번 선거결과는 그동안 미국민들이 경제와 관련해 느껴온 좌절감의 표출로 생각하며,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문제였음이 선거결과를 통해 확인됐다"면서 "지난 2년간 경제 문제를 다루는 데 분명 진전이 있었지만, 이번 선거결과는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진전이 없는 것으로 느끼고 있고, 특히 경제회복의 더딘 속도에 깊은 좌절감에 빠져 있음을 확인시켜줬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선거일 밤은 신명날 때도 있고 초라해질 때도 있는데 어젯밤은 후자에 속한다"면서 "백악관에서 긴 밤을 보냈다"는 말로 고민이 상당했음을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얻은 교훈은 "국민들이 나에게 '좀 더 직무를 잘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서 겸허한 자세로 후반기 국정운영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어 "경제문제 등을 비롯해 전례없이 어려운 도전과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정치권은 공통의 분모를 찾아야 한다"면서 "민주, 공화 양당 지도부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공화당에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그는 다만 "각 당의 뚜렷한 입장차이가 있고, 또 차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국민들은 앞으로 2년을 정쟁으로 소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화당을 압박했다.
그는 특히 건보개혁 논의에도 열린 자세로 임할 자세가 돼있다면서 공화당이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검토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한편 이번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공화당 지도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건보개혁법을 비롯한 오바마 정부의 주요 정책 등을 폐지하거나 수정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내정된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건보개혁 관련법을 폐지하고, 이를 건강보험 비용을 줄이기 위한 상식적인 개혁으로 대체할 것이며,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2008년 수준으로 정부 지출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회견에서 "우리는 국민이 거부한 오바마 정부의 어젠다를 중단시킬 것"이라면서 "오바마 정부가 국민들의 의견에 동의하면 협력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4년만에 하원 다수당을 탈환한 공화당이 선거 다음날부터 이처럼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나섬에 따라 당장 오는 15일부터 개시될 미국 의회의 '레임덕 세션' 때부터 여야간 갈등이 불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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